심리적 반발 이론 및 설득의 갑과 을

심리적 반발 이론

설득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우리 행동의 자유를 위협한다. 이러한 위협은 그에 상응하는 심리적 반발을 초래하고 그 결과 사람들은 위협당한 자유를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하게 된다.

설득의 갑과 을

설득에도 갑과 을이 있을까? 물론이다. 설득을 하는 사람은 갑의 입장이고 설득을 당하는 사람은 을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을은 갑이 하는 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 점에 최초로 주목한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 잭 브렘(Jack Brehm)이다. 그는 1966년에 심리적 반발 이론(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을 발표하고 최근까지 꾸준하게 그 이론의 지평을 넓혀 오고 있다. 심리적 반발 이론은 자유, 자유에 대한 위협, 심리적 반발, 자유의 복원이라는 네 개의 핵심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브렘(Brehm)에 따르면 설득 메시지는 본질적으로 일정 부분 상대방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배를 끊으라는 금연 메시지는 우리의 흡연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협에 대해 사람들은 심리적 반발을 느끼고, 이 심리적 반발의 크기에 따라 설득 노력의 성패가 갈리게 된다.

심리적 반발의 크기

설득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리적 반발의 크기는 상황적 요인과 기질적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상황적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설득 메시지의 위협 강도가 높아질수록 심리적 반발도 커진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으로 죽게 된다는 직설적인 위협이 담배를 피우게 되면 몸에서 나쁜 냄새가 난다는 위회적인 위협보다 더 큰 심리적 반발을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 위협받는 자유가 중요할수록 심리적 반발도 커진다. 금연 메시지에 대해 비흡연자들보다 흡연자들이 더욱 크게 반발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셋째, 위협받는 자유의 범위가 커질수록 반발은 비례해 커진다. 공공장소인 식당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찬성하지만 자기 자신의 연구실에서 혼자 흡연하는 것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피를 토하면서 성토하는 옆방 교수님의 안쓰러운 얼굴이 떠오른다. 한편 기질적 요인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심리적 반발의 효과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다음 세 가지 유형의 사람들에게서 더욱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첫째, 자기 결단력(Self-determination)이 높은 사람들은 자유가 위협당하면 더욱 크게 반발한다. 자존심이 세고 권위 의식이 강한 사람들은 대개 심리적으로 반발하는 경향이 큰 사람들이다. 둘째, 자신이 스스로 의사결정하기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역시 심리적 반발은 크게 일어난다. 심리적 반발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특히 이 점에서 청소년층을 심리적 반발 이론의 최적지로 보고 있다. 발달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은 이전의 부모에게 의존적이었던 어린이 역할에서 벗어나 스스로 권리와 책임을 주장하는 어른으로서 역할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리하여 청소년들은 부모를 포함해 기존의 모든 권위에 반항하며, 스스로 성인으로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명한 농구선수가 중학생들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훈계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자기 집단이 의도적으로 공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집단적으로 심리적 반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정치적으로 소수자 집단이나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설득을 하려는 경우에는 심리적 반발 이론이 매우 유용한 이론이 될 수 있다.

심리적 반발의 결과

우리가 심리적으로 반발할 때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까? 브렘은 위협당한 자유를 되찾기 위한 다양한 현상들이 심리적 반발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첫 번째로 사람들은 설득 메시지를 무시하게 된다. 흡연자들은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금연 메시지의 주장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할 만큼 흡연의 피해를 지적하고 있는 메시지도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을 깎아내리게 된다. 자신의 자유를 위협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정보원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교복 자율화 이전 시대에 여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재거나 남학생들의 두발 상태를 규제하는 체육 선생님들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셋째로, 자유가 침해된 행동 대신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식당에서 어린이들에게 뛰어다니지 못하게 하면 자유를 침해당한 아이들은 식당 바닥에 누워 구르고 있다. 다른 종류의 행동을 통해 자기 통제와 자기 결정권에 대한 복원을 시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메랑 효과(Boomerang effect)가 발생하게 된다. 브렘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자유가 위협당하게 되면 그 자유를 복원하기 위한 동기가 유발되어 우리는 위협당한 자유의 대상이 되는 행동을 이전보다 더욱 경렬 하게 원하게 되어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실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하면 더욱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오히려 담배를 찾게 되는 현상을 우리는 부메랑 효과라고 부른다. 설득 메시지의 무시나 정보원 폄하를 넘어서서 설득 메시지의 권고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부메랑 효과는 원래 브렘의 이론과는 달라 후속 연구에서는 그리 자주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심리적 반발 이론은 1980년대 이후에는 연구자들에게 인기 있는 설득 이론의 위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초기 연구에서는 적지 않은 논문에서 부메랑 효과가 보고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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